가끔 사람들을 만나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한참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놀아도 노는 것 같지 않은 직업이라, 놀 여유가 있으면 콘티라도 한 장 더 짜야되지 않나 싶은 불안감 때문이었는데, 엊그제 '환장' 탈고를 끝내고 가만히 작업실을 둘러보니 제게도 취미라는 게 있기는 있더군요.
비도 오고, 조명도 은근하고 해서 몇 장 찍어 올려봅니다.
제 작업 파트너들 입니다. 약 4,5년 전인가, 처음에는 포즈 참고용으로 목각인형을 구입하려다 우연히 12"피규어라는 게 있다는 소릴 들었죠. 꽤 고가라 두어개만 사고 만다는 것이 지금까지 왔는데, 이거 중독성이 장난 아니더군요. (사진 외에도 열두어체 정도가 더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거 사 모으는 사람들 보면 '참 할 짓 없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직접 실물을 대하면 군침이 질질 흐릅니다. 그 특유의 매력이라니.
최근에는 12" 루즈(옷가지나 장신구 등등)와 커스텀 피규어에도 흥미가 붙어서,(-ㅁ-;;;) 얼마 전에는 핫토이의 12"피규어 디렉팅의 대가 '홍진철'님을 직접 찾아뵙게 될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의상제작팀인 '하루'팀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죠. 모두 국내외로 알아주는 대가분들 이십니다. 참고로 http://blog.naver.com/tiger231 : 홍진철님의 블로그입니다. 제 그림을 올려주셨네요 =_=; 그 외의 포스팅들 구경해보세요. 죽음입니다. 저는 처음에 진철님의 커스텀 헤드를 구입하려다 발이 닿게 되었죠.)
아직 이쪽 세계에 정식으로 발을 들여놓은 건 아니지만, 기회가 닿으면 저도 직접 조형과 페인팅을 배워보고 싶을 정도로 폭 빠져있습니다.
덕분에 고료나 작업비가 들어오는대로 액션 피규어 사이트 뒤지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죠.
하아...
최근에 구입한 TAMIYA제 혼다 마그나50 / 6:1사이즈 프라모델입니다. 실물 미니어처는 고등학교 이후로는 거의 처음이라 아직 도색까지는 엄두를 못내고(빠지면 진짜 정신 못차리게 될 것 같아서...라고는 하지만...) 그냥 깨작깨작 만들어보기만 하고 있는데, 접착제가 필요없이 부품이 딱딱 들어맞는 건프라류와는 달리 수지 접착제를 조심스럽게 발라가면서 하나하나 조립해가는 맛이 일품입니다. 캬~ 역시 이 맛이야.
저는 주로 강남국제전자센터 프라모델 매장을 자주 가는데, 하도 자주 들락거리니까 이제는 점원분이 절 알아보시더군요. 이걸 계산하는데 한 마디 귀띔.
"담 달초에 죽이는 하레이 모델 하나 들어와요."
저도 모르게 두근두근.
-_-;;
이런 레진 피규어류는 전혀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어느 날 한 피규어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이걸 봤죠, 눈이 확 돌아가더군요. 에반게리온이나 아야나미 레이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이유는 아주 단순한 곳에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매혹적인 포즈라니!!
그림으로도 그리기 힘든 포즈를 이렇게 입체로 완벽하게 표현해 놓다니, 정말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샘도 나구요.
한국에 입고되는 날만 기다렸다가 뜨는 순간 바로 질러버렸습니다.
포장을 조심조심 풀어헤치는데, 오타쿠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군요.
남는 이런 저런 12"피규어들의 조각과 의상을 모아 탄생한 두 녀석입니다.
'BLOOD' 사야의 헤드에 쿠사나기 소령의 복장, 쿨 걸의 손발...
뒤의 'Girl's mission 캐릭터는 인랑 헬맷을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이렇게 보니 그럴 듯 하네요.
모델러 입문의 교본이자 로망, 건프라('건담 프라모델'의 일본식 줄임말 입니다.) 시리즈 중 무적 간지를 자랑하는 EX-S 건담과 아머드 코어 프라모델, 역시 아머드 코어 가샤폰(뽑기) 풀 셋 입니다.
음... 이것들은 말이죠, 만들다 보면 화가 납니다.(-_-)
접착제도 필요 없는 주제에, 눈꼽만한 부품이 다른 부품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체험을 하고 있노라면, 우리나라는 왜 이런 걸 못 만들어내나 싶어서 속이 상할 지경이에요.
게다가 만들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또 나름대로 만드는 과정에도 기가막히는 일종의 기승전결이 존재합니다.
앞 부분의 부품을 만들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초보들이 가장 먼저 만들고 싶어하는 손이나 머리등의 부품 조립 순서가 전체 조립순서의 약 3분의2쯤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쟈크시리즈 등 일부를 제외하고) 만드는 사람은 완전 숨 꼴딱꼴딱 넘어가는거죠. 그렇게 장갑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기계 부분까지 며칠 동안 만들고 이어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최종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 모든 부품이 하나로 합체되면서 '좌좌장~'하는 엔딩음이 들리는 듯 합니다.
이건 차라리 재미있는 만화 한편을 읽을 때의 감흥과 맞먹는 거죠. 매니아들이 건프라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초 내한한 반다이의 'MG'(Master Grade)창시자 '카와구치 가츠미' 씨가 얘기했듯, 완성 이후 뿐만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한 재미를 주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거죠. 제 생각엔 이런 부분이 세계적 매니아를 거느리게 한 건프라의 숨은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정말이지 이런 일본인들의 치밀함이 얄미울 지경이지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도색까지 하게 되면 정말 정신 못차리게 될까봐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을 살려 슬며시 먹선만 넣어본 아머드코어와 샤자비.
감질나게 먹선만 넣어놓고 보니 더욱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더군요. 그리하야...
서치데이 투시스터즈 네이쳐투유 낙천적인 몽상가 엘카더브의 마녀 뚝딱공작소 알지 가덕 공방 좋은 나무 곰이 되고 싶어요 내일 그리고 또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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